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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졸업기

  • 박소연
  • 2010-07-07 11:30:00
18개월간 먹였던 모유를 드디어 끊었습니다. 오늘이 6일째네요. 그동안 먹었던 엄마 쭈쭈를 뺏긴 쌍둥이들이 정말 많이 울었는데요. 이젠 좀 적응이 되는 듯합니다. 그동안 모유수유하면서 고생한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아이 낳고 처음엔 젖이 적어서 과연 먹일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는 아가들, 체중도 적게 태어나서 젖도 잘 빨지 못해 하는 수 없이 분유 수유를 병행하면서 모유를 먹였습니다. 50일이 다 되어가던 무렵, 갑작스레 찾아온 젖몸살로 항생제도 먹고, "모유사랑"이라는 유방관리센터를 알게 되어 맛사지를 받고 젖몸살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10일 뒤, 출근을 시작하면서 4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하여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집에서도 3-4시간 간격으로 계속 젖을 물리면서 먹였더니 조금씩 양이 늘더군요. 그래도 양이 적어 첫째는 분유를 더 많이 먹였고, 둘째는 유축한 모유는 거부하고 오직 엄마 젖꼭지에서 나오는 직수을 고집하며 제가 퇴근해 돌아오는 저녁 6시까지 굶고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아마 둘째가 아니었더라면 저는 일찍 수유를 끊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루종일 굶고 기다리던 둘째가 너무 가여워 "네 몸 상한다"고 안스러워하시던 친정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유를 고집했습니다. 낮동안 못 먹었던 엄마젖을 먹겠다고 새벽에 깨는 둘째가 너무 가여워 계속 물리다 보니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젖몸살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3-4개월에 한번쯤, 많이 피곤할때마다 젖이 뭉치고 몸살이 생겨 38도 이상 열이 오르고 오한이 나고.. 예전에 유산한 후 젖이 돈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유방관리를 잘못했던 왼쪽 유방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젖몸살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혈중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았던 탓에 조금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도 자주 젖이 뭉쳐서 몸살로 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항생제 먹고, 유방관리센터에서 관리 받아서 겨우겨우 넘겼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이유식도 완료기로 접어들고, 모유는 간식으로 먹는 수준이라 생각되어 18개월을 채운 이번달부터 단유에 들어갔습니다. 맘 같아서는 WHO에서 권장하는 두돌까지 모유를 먹이고도 싶었지만 한명이 안겨 젖을 먹으면 다른 한 녀석이 와서 머리를 잡아당기고 시샘하는 모습이 오히려 정서상 더 안 좋을것 같아 유방관리센터 도움을 받아가며 단유에 들어갔습니다. 단유를 시작하는 날, 유방맛사지를 받은 후 젖가슴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가 젖을 찾으면 젖가슴의 그림을 보여주며 "쭈봉이가 엄마 젖을 다 가져갔어. 지훈이에게 주고 싶어도 쭈쭈가 없어" 라고 설득하였습니다. (호랑이, 악어 등 실존동물이 가져갔다고 하면 아이가 평생 그 동물을 미워한다기에 쭈봉이라는 가상의 만화캐릭터를 그렸습니다.) 그때 엄마 가슴을 바라보던 아이의 서글픈 눈이 지금도 가슴에 콕 박혀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에겐 첫번째 시련이겠지요. 단유 첫날 밤, 젖은 불어서 힘든데, 아이는 울고, 정말 다시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모질게 마음을 먹고 넘겼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좀 적응이 되었는지 엄마 젖을 안 찾네요. 아직 젖이 고였는지 오른쪽 가슴이 욱씬거립니다. 모유를 많이 먹고 자란 둘째는 정말 쑥쑥 크고 건강한데, 분유를 비교적 많이 먹은 첫째는 약간 아토피도 있고,입도 짧고, 잘 아픕니다. 지금은 둘째 딸이 더 커서 "누나아니니?" 란 말도 가끔 듣습니다. 엄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모유.. 이제 우리 아가들은 졸업합니다. 모유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윤명희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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